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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人文學) 도전/인문학을 읽어감

권위에 대한 순종

by 2conomist_ 2025.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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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밀그램 1933년 뉴욕에서 태어난 밀그램은 1954년 퀸스 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정치학을 전공했으나 심리학에서 관심을 갖고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 박사 과정에 입문하고자 여름 학기 심리학 과정을 이수했다. 규율에 순종하는 인간의 특성을 논문으로 써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밀그램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하는 이유와 세상의 모든 사람이 여섯 사람만 거치면 모두 연관을 맺고 있다는 '6단계 분리 이론' 인간의 공격성과 비언어적 의사소통등 다양한 분야도 연구했다.

 

1961년과 1962년 예일 대학에서 인류 역사상  손꼽히는 심리 실험이 행해졌다 연구자들은 지원자들에게 '기억과 학습에 관한 연구'라고 실험을 소개했다. 두 명의 실험자 중 한 명은 '교사'다른 한 명은 '학습자'의 역할을 맡았다  학습자는 끈으로 의자에 묶여 종이에 적힌 단어를 외워야 했다 학습자가 단어를 외우지 못하면 교사는 학습자에게 약한 전기충격을 가했다.

 학습자가 단어를 틀리게 말할 때마다 교사는 실험감독자의 지시에 따라 전압을 조금씩 높였다.

 

 교사의 역할은 맡은 참가자는 학습자와 연결된 전기 충격장치에 실제로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학습자 역할을 맡은 참가자들은 고통스러운 연기를 했던 것이다 이 실험의 초점은 '희생자'가 아니라 '전압버튼을 누르는'교사'의 반응을 살피는 것에 있었다  과연 교사의 역할을 맡은 참가자는 무방비 상태에 놓인 인간에게 점점 더 큰 고통을 가하는 실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 실험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심리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실험

밀그램은 실험을 행하기 전에 실험결과를 예측해 달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부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기충격을 받은 학습자가 처음으로 고통스러운 소리를 냈을 때 교사가 즉각 실험을 포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땠을까?

  대부분의 교사들은 계속해서 감독관의 명령에 따라 조금씩 전기충격을 높였다 밀그램에 따르면 "결국 가장 높은 단위의 전압을 흘려보냈다." 외마다 비명을 지르며 풀어달라는 학습자의 애원을 애써 무시하면서 말이다.

 

 악의 평범성

많은 과학자들은 이 실험의 형식상 허점을 찾아내려 애썼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돼 풍이 된 다른 실험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밀그램은 실험에 참가한 다양한 계층과 작업의 사람들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다만 매우 독특한  상황에 놓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가해야 했던 참가자들은 왜 실험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그들은 다음과 같은 방어기제를  만들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실험의 과학적인 측면에 집중한다. 누구나 자신의 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따라서 실험을 성공시키는 일이 참가자들의 안녕을 지키는 일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험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실험을 주관한 감독관에게 돌린다 이것은 전범 재판에서 흔히들을 수 있는"난 그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방어적 태도와 통한다. 희생자에 대한 윤리적 책임이나 양심은 명령자나 지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결심 을로 전환된다.

큰 뜻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고 믿는다. 밀그램의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과학이라는 대의명분이 있었다.

■학습자의 가치를 무시한다 "단어도 못 외울 만큼 멍청하니까 그런 벌을 받아도 싸다"라고 믿는다 지능이나 성격에 대한 무시는 독재자들이 특정 집단의 사람들을 없애도록 명령할 때 공통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들은 아무런 가치도 없으며 세상에서 없어져도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없어지면 세상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참가자들은 그들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사람보다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람에게 더 의무감과 복종심을 느꼈다 권위자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마음은 비명을 지르는 희생자에 대한 윤리적 양심보다 강했다.

 

양심의 가책보다 무서운 '외톨이'

왜 그랬을까? 밀그램은 권위에 복종하는 인간의 본성은 생존을 위해 진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간의 모든 일은 지도자와 추종자 간의 위계서열에 따라 진행된다. 무방비의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보다 더 괴로운 것은 혼자 외톨이가 된다는 두려움이다.

 착한 사람이 되려면 남을 해치지 말아야 하는가? 아니면 남의 말을 잘 들어야 착한 사람이 되는가?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후자를 택했다. 이것은 인간의 뇌가 그 무엇보다 권위를 우선시하도록 세뇌되었음을 뜻한다. 남을 헤쳐서는 안 된다는 자연스러운 의지는 사회계층 구조 안에서 완전히 달라진다 체제나 계층 안에 속한 인간은 자신의 책임을 다른 누군가에게 넘겨버린다 그때부터 인간은 자신이기를 포기한 채 다른 누군가나 다른 무언가를 위한 '대리인'노릇을 한다.

 

개인에서 대리인으로

밀그램은 나치스의 악명 높은 친위대 중령 아돌프 아이히만의 사례에 영향을 받았다 아이히만은 히틀러의 명령에 복종하여 600만 명의 유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독일 태생의 유대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그는 정신병자가 아니었으며 죽음의 캠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숭고한 명분을 빌어 잔악한 행위를 명령한 충직한 관료였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잔인하지 않지만 권위자의 명령으로 충분히 잔인해질 수 있다 이것의 밀그램 연구의 주된 교훈이기도 하다.

 

'자기 일에 충실하고 별다른 적대감이 없던 평범한 사람도 끔찍하고 파괴적인 과정의 대리인이 될 수 있다." 그의 실험에는 여성도 포함되었으나, 남녀 간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불복능력

 그렇다면 권위에 불복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밀그램은 실험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것과 실제로 실험을 거부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실험의 부당함은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이 똑같이 느꼈다 그러나 실험을 거부하는 것은 윤리적 도덕적 배경을 지닌 소수 사람들이 권위에 불복하여 이뤄낸 크나큰 도약이다 밀그램은 우리 문화가 권위에 복종하는 법 만 가르칠 뿐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권위에 불복하는 법은 가르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확실한'명분'만 있다면 다른 살아 있는 존재에 고통을 가하는 일이 얼마나 쉽게 정당화되는지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개인적 판단을 접고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고통과 연관될 때 과감히 그것을 거부하고 그 어떤 체제보다 인간을 우선시하려는 것 역시 인간의 본성이다.

비인간적인 정책은 처음에는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왔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명령에 복종했기 때문에 대규모 시행될 수 있다.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은 커다란 제도적 구조속에서 녹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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