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학(人文學) 도전/인문학을 읽어감

대중운동의 실상

by 2conomist_ 2025. 2. 6.
728x90

에릭호포 1902년 독일에서 건너온 뉴욕의 가구 제작공의 아들로 태어난 호퍼는 독일어와 영어를 동시에 쓰며 자랐다 일곱 살 때 머리를 다쳐 시력을 잃은 후 학교에 다니지 못했으나 열다섯 살 때 수술도 없이 기적적으로 시력을 되찾았다

 10대 때 부모님들을 모두 여읜 호퍼는 떠돌이 노동자와 금 시굴자로 생계를 이어가며 남는 시간을 몽테뉴의 《수상록》과 히틀러의 나의 투쟁 등 수많은 책을 잃었다 이후에도 몇 년간 샌프란시스코 부두에서 하역 노동자로 일했다 육체노동을 그만두고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41년이었다. 그가 사망한 1983년 레이건 대통령은 그에게 자유훈장을 수여했다.

 

 주변에 사이비 종교에 빠졌거나 개종했거나 아니면 정치운동에 뛰어들어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만큼 심취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은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호퍼가 쓴 대중운동의 실상:대중운동의 사회적 분석 은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집단활동의 힘을 비전문적 시각에서 바라보며 정신적 갈증을 느낀 사람이 과거의 자아를 벗어던지고 더 위대하고 숭고해 보이는 무언가를 추종하는 과정을 면밀히 추적한다

 

삶을 통째로 바꾸는 대의명분

 대중운동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호퍼의 이론에 따르면 대중운동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정치운동은 늘 종교적인 열정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혁명의 초기 단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무언가 크고 완전한 삶의 변화를 갈구한다 대중운동 지도자들은 이 점을 꿰뚫고 대중의 환상적 희망을 부추기고 선동하는 데 집중한다 조금씩 느리게 일어나는 변화가 아닌 추종자의 삶을 한순간에 바꾸어놓는 변화를 약속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조직에 들어갈 때는 그 안에서 자기 발전이나 이익을 얻으려는 이기적인 이유가 있다 그러나 혁명적인 대중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원치 않는 자아를 버리기 위해' 그렇게 한다 현재 자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대중운동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개인적 좌절과 무력만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자긍심과 목표, 확신, 희망을 얻는다 "성스러운 대의명분"에 대한 믿음이 워낙 크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잃어버린 신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호퍼는 지적한다.

 

특히 잘 휩쓸리는 유형

그렇다면 대중운에 잘 휩쓸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잠재적 후보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주 가난한 사람들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그들은 원대한 전망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다 그보다는 좀 더 많이 가진 사람들, 좀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대중운동에 잘 휩쓸린다. 호퍼는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보다는 많이 갖고 있으면서 더 많은 걸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의 욕구불만이 더 크다"라고 말한다 인간은 딱 하나만 갖고 있을 때보다 이것저것 부족한 것이 많을 때 더 큰 불만을 느낀다.

 

 소속감과 동지애를 구하러 대중운동 참가하는 사람도 많다 오늘날 자유경제 경쟁사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단순히 삶의 따분함에서 벗어나려고 운동에 참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리고 자기 삶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역시 대중운동에 잘 휩쓸린다 소년 나치단원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들은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조금씩 어른의 모습을 갖춰나가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런 그들은 유혹한 것은 영광스러운 '제3제국'에 관한 약속이었다.

 

 고결한 죽음의 역설

급진적인  신세계의 건립을 약속하는 대중운동은 정상적이고 윤리적인 금기를 무시하도록 만든다 호퍼는'희망과 꿈이 거리에 난무할 때 '특히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그것은 대개 재앙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자신의 모든 걸 집단에 내맡긴 사람은 더 이상 예전의 가족과 친구가 알던 사람이 아니다 그는 군중, 무리, 집단을 구성하는 일부일 뿐이다

  열정적인 추종자들에게 비추종자는 나약하고 타락했으며 줏대 없고 퇴폐적인 사람들일 뿐이다 자신들의 의도가 순수하다고 믿는 추종자들은 고결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내바치며 무슨 일이든 한다 대중운동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도 추종자들의 이러한 폐쇄적 사고, 즉 맹목성 때문이다

 

★  호퍼는 "이것이다" 보다"이것이 아니다"가 늘 더 강력한 동기를 유발한다고 말한다

  "대중운동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강조하며 현재의 즐거움을 외면하도록 대중을 조종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대중운

     동  을 따를 정도로 절박한 사람들에게 현재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며 안정과 기쁨을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실질적인 만족이나 안정감은 오로지 미래에 서만 얻어진다."

  현실에 대한 증오는 때로 끔찍한 재앙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계획하는 사람들 자유와 평등의 이상을

    위해 유혈혁명도 마다하지 않은 사람들 덕분에 과거 수많은 전제정치가 타도될 수 있었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좋든 나쁘든

    지 간에 미래에 대한 인간의 열정이 지금의 세상을 만들었고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문학(人文學) 도전 > 인문학을 읽어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에 비틀거리다  (0) 2025.02.10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  (1) 2025.02.07
권위에 대한 순종  (2) 2025.02.05
의미를 향한의지  (3) 2025.02.04
조건반사  (0) 2025.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