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허스 프레더릭 스키너는 190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주부였다. 스키너는 뉴욕의 해밀턴 대학에서 영문학 학사를 취득한 후 작가가 되려고 했다 그래서 한동안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에서보헤미안식으로 자유분방한 삶을 살기도 했다 그 후 파블로프와 행동주의 창시자인 존 위슨의 글을 읽은 후 하버드 대학에 다시 입학하여 심리학 공부에 몰두했다 그곳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연구와 강연활동을 시작했다
심리학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킨 인물로 꼽히는 스키너는 인간과 동물을 동일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심리학과 학생시절부터 인간의 행동이 내적 감정과 사고 동기에서 비롯된다는 감성적 사상에 반발했다 그는 파블로프의 주장처럼 인간을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동물로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작행동 이론'에서 스키너는 파블로프를 뛰어넘었다. 그는 인간이 단순한 반사기계가 아니라 행동의 '결과'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라고 말했다 스키너가 행동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 된 것은 그가 훌륭한 실험가(파블로프에게는 개가 있었다면 , 스키너에게는 비둘기가 있었다)이기도 했지만 뛰어난 문장가였기 때문이다.
인간 행동에 관한 과학기술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는 인구과잉 핵전쟁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엄청난 위험으로 대두되던 시절에 써진 책이다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던 시절에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스키너는 기술이나 과학의 발전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하는 것도 옳지만 무엇보다도 인간의 '행동'이 변화되어야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피임용품이 있다고 해서 인간이 꼭 그걸 사용하라는 보장은 없다
오늘날 자연과학 기술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반해 인간에 대한 이해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 스키너의 분석이었다.
인간의 자유와 존엄 중시하는 '낭만 심리학'
스키너는 심리학만큼은 여전히 인간의 행동이'내면의 대리인'에 대해 결정된다는 잘못된 시각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프로이트 심리학이다. 프로이트 심리학은 인간의 행위가 하나도 아닌 세 가지의 내면 동기(원초아 자아 초자아)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이른바 '인간의 본성'이 인간을 형성한다고 믿는다 그 결과 인간의 내면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다
하지만 스키너는 그러한 믿음이 '비과학적'이라고 믿는다 인간은 비물리적인 감정이 공격이라는 물리적 행동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한다 마음이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유심론(mentalism)'은 인간의 행동자체를 연구 대상으로 삼지 못하게 한 결정적인 걸림돌이었다.
인간은 환견의 산물
누군가에게 왜 극장에 가는지 물었을 때 "그냥 가고 싶어서"라고 대답하면 우리는 그 말을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 극장에 대한 어떤 글을 읽었거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지 그밖에 그를 극장에 가게끔 만든 또 다른 환경적 요인이 무엇인지를 들어야 했다.
흔히 인간을 '행동을 행하는 중심체'로 바라보지만 정확히 말해서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아 그것에 반응하여 생성되는 '최종산물'이다 스키너에 따르면 굳이 인간의 마음 상태나 감정 성격 계획 목적등 알 필요가 없다 오로지 어떤 환경이 어떤 방식의 행동을 유발하느냐만 알면 우리가 하는 행동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
스키너는 인간의 환경이 인간이 의지대로 행동하도록 마련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환경이 인간의 모습을 형성해 나간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생존에 좋다거나 나쁘다고 익힌 것에 따라 자신의 행동 노선을 바꾸어나간다. 이 걸 가지고 인간이 자발적으로 행동한다고 믿지만 그보다는 환경에 대한 반응으로 인간이 자신이 행동을 스스로 '강화'해나가는 것으로 보아야 옳다 모든 생명체가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적응하느냐에 따라 번성하거나 사라지거나 하듯 인간도 자신이 속한 세상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거기에 적응하느냐에 따라 사는 모습이 결정된다.
더 나은 인간보다 더 나은 환경
스키너는 인간은 노골적인 힘보다 혐오나 유인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통제되도록 사회를 설계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묘한 형태의 통제에 대부분 복종해 왔다 왜냐하면 그 통제들이 인간의 사회적 경제적 결과를 궁극적으로 조정했기 때문이다
예로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에 다니길 싫어하면서도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출근한다 일하지 않았을 때의 결과가 두렵기 때문이다 그들은 강압이 아닌 혐오로 통제받고 있지만 어찌 됐든지 간에 통제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생활하고 공동체는 구성원의 생존을 위해 일정 정도의 통제를 가한다 오히려 기꺼이 복종할 통제 형식을 스스로 선택하는 존재라고 하는 편이 맞다 그렇다면 가장 효과적인 통제 형식을 과학적으로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행동주의 이론의 본질이다.
스키너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억지로 목표나 목적을 심어 줄 수는 없지만 어떤 행동은 매력적이고 또 어떤 행동은 그렇지 않아 보이도록 만들 수는 있다 스키너는 인간의 문화 자원을 '더 나은 인간을 만드는 것보다 더 나은 환경을 설계하는데'사용하는 편이 훨씬 유익하다고 말한다
인류라는 사슬의 고리
스키너는 인류 역사에 위대한 공헌을 한 훌륭한 인물들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성공적인 개성화 이론보다는 인간에게 유익한 환경을 창출하면 이러한 인물들을 더 많이 배출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인격적인 특성'이라고 여기는 것들이 실은 인간이 환경에 맞춰 강화한 행동들이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라고 말한다.
시인 철학가 작가들은 오랫동안 인간의 자아를 인도하는 내적 동기를 찬양했으나 스키너는 자아를"우발적인 주변 상황에 맞춘 행동의 레퍼토리"라고 냉정하게 정의한다 그렇다면 스키너는 우리의 의식과 도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인간이 지닌 특성이나 덕으로 볼 때 인간은 그다지 도덕적인 동물은 아니다 다만 인간은 스스로 도덕적으로 행동하도록 유인하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왔다."
물론 인간은 유전적인 역사와 환경으로 형성된 존재이지만 동시에 환경을 형성하는 능력도 갖춘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스키너는 문화를 일컬어"거대하게 실행되는 자아통제 수단"이라고 묘사했다
♣"문화는 지혜와 연민의 정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발전되어 왔지만 궁극적인 발전은 그들을 지혜롭고 정이 많도록 만든 환경에서 비롯되었다."
♣"몽골에서 말을 타고 있는 사람과 우주를 여행하는 우주비행사는 완전히 다른 존재이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 바뀌어 태어났다면 그때도 각자의 위치에서 잘 해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