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과 집단무의식

카를융 1875년 스위스의 케스빌에서 개혁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1895년 의학을 공부하고자 바젤 대학에 입학했다 융은 정신의학을 공부하여 1900년부터 세계적인 정신의 학장인 오이겐 블로일러 밑에서 일했다 1912년에는 프로이트와 결별하고 2년 후에는 국제정신분석협회에서 탈퇴했다 

  

  원시의 사람들은 왜 그토록 일출과 일몰, 달과 계절의 변화등 자연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묘사하고 해석하는데 열중했을까? 융은 이처럼 인간이 자연의 사건들을 민화나 신화로 표현한 것은 단순히 자연의 물리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함이 아니라 외부 세계를 이용해 내면세계를 이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융 이전까지는 예술과 종교, 신학에 등장하는 풍부한 성장이 심리학을 대체해 왔다. 융은 삶의 목적을, 의식과 무의식을 통합하여 개인의 독특한 잠재력을 실현하는 자아의'개성화'로  보았다 이러한 폭넓은 자아 개념은 인간이 심층의 '보편적' 의식을 표현하는 존재라는 사상에 근거한 것이다.

 

  집단무의식

  융은 프로이트가 무의식의 존재를 지적하기 전까지는 무의식이 공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프로이트 이후로 무의식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 방식의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이와 반대로 융은  개인의 무의식 저변에 '집단 무의식'이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집단 무의식이란 개인적 경험으로는 생성되지 않는 선조 대부터 이어져온 정신이다

 

  집단 무의식은 개인의 느낌과 행동에 영향을 미쳐을 미친 보편적 사고 형태나 정신적 이미지를 뜻하는 '원형(archetype)'을 통해 표현된다 인간의 본질을 투영하는 원형은 전통이나 문화적 규칙과는 상관이 없다 원형은 신화와 민화로 표현되지만 개인의 경우에는 꿈과 비전으로 표현된다 

  신화학에서는 이것을 '모티프'라고 하며 인류학에서는 '집단표상'이라고 부른다  이는 단순히 인류학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원형의 존재를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원형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관계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원형과 콤플렉스

  융은아니마, 어미니, 그림자, 어린이, 현명한 노인, 민화 속 영혼, 원시민족 신화에 곧잘 등장하는 초자연적 훼방꾼인 트릭스터등 여러 가지 형태의 원형을 제시했다 그중 두 가지만 살펴보자

 아니마

 '아니마(anima)' 여성형의 심혼을 뜻한다 신화에서는 사이렌 인어, 숲의 요정등 젊은 남자를 홀리고 목숨을 빼앗는 형태로 표현된다 고대에는 여신이나 마녀 중 하나로 대표되었다 이른바 남성의 통제를 받지 않는 여성의 모습이다

   남성이 자신의 정신 안에 있던 여성성을 실제 여성에게 투사할 때 그 여성의 중요성은 과정 된다 여성에 대한 몰두 이상화 매료등을 통해 그 남성의 원형이 그대로 현실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 여성과의 관계가 끊겼을 때 남성이 심하게 절망하는 것은 그 남성으로서는 외면화된 자신의 일부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아니마는 정돈된 삶에는 관심이 없으며 강렬한 경험을 원한다

 

 어머니

 어머니의 원형은 현실에서 어머니, 할머니, 새어머니, 간호사, 가정교사 등의 형태를 취한다 상징적인 어머니나 데메테를, 페르세포네 신화처럼 다시금 처녀가 되는 어머니등의 모습으로 구현될 수도 있다 교회, 국가, 지구, 숲, 바다, 정원, 논밭, 우물, 등은 또 다른 어머니의 상징이다

  이러한 원형의 긍정적인 면은 모성애와 온화함이다 융은 어머니의 원형이야말로 다른 모든 것을 품는 가장 주된 것이라고 보았다  어머니의 원형이 내면에서 균형을 잃게 되면 모성 콤플렉스가 생긴다 이것이 남성에게 일어나면, 모든 여성을 만족시키고자 집착하는 '돈후안증'을 일으킨다 

 

 모성 콤플렉스를 지닌 남성은 거칠고 소유욕이 강하며 극단적인 야심을 드러내는 특성도 보인다 여성의 모성 콤플렉스는 과장된 모성 본능을 일으켜서 자녀가 있는 여성은 자녀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한다  이들은 남성이 지닌 아니마를 투사하거나 외면화하는 좋은 대상이 된다 하지만 결혼 후에는 그 실체가 밝혀진다

  

영적인 원형

   과학으로서 심리학의 역사가 짧은 까닭은 무엇일까? 융은 단순히 인간의 역사에서 심리학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훌륭한 종교 심상과 신화가 영원불변의 원형을 완벽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부활과 변형의 사상 및 이미지를 심취했고  종교는 그것을 풍족히 제공하면서 인간의 영적인 면을 충족시켰다 

신에 대한 믿음이든 공산주의나 무신론과 같은 비종교적 믿음이든지 간에 모든 인간은 신앙의 본능을 갖고 있다 융은 말한다" 어느 누구도 인간으로서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개성화

  '개성화'는 내면의 서로 반대되는 의식과 무의식이 통합되는 지점을 가리키는 융의 심리학 용어이다  개성화는 자신의 역량을 유지하며 독특한 가능성을 충족시키는 일이다 말 그대로 개성 있는 인간이 되며 분열된 단편이나 콤플렉스에 지배당하지 않는 온전하고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다.

융은 자기(self)와 자아(ego)를 서로 다르게 정의하고 '마치 큰 원이 작은 원을 품듯' 자아가 자기 안에 통합된다고 했다 자아는 의식과 관련 있으며 자기는 개인 및 집단의 무의식에 속한다

  

만다라

   추상적 패턴 그림인 만다라는 산스크리트어로 '원(circle)'을 뜻한다 융은 만다라를 그리는 사람의 무의식 경향이나 소망이 만다라의 패턴과 상징 문양에 표현된다고 했다

 어떠한 만다라이든지 간에 인간의 의식이 미치지 못하는 내면 깊숙한 곳에서 진행되는 과정을 반영하거나 밖으로 이끌어낸다 융은 만다라 이미지에 대해 의미 있는 해석을 내릴 수 있을 때 심리학적 치유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현대적인 것을 추구하는 마음과 무의식을 탐구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니다 

♧ 대개 무의식은 인간의 의식적 결정을 지지한다 하지만 둘 사이에 큰 틈이 벌어지면 원형은 낯설고 강력한 방식으로 제 자신을 표현한다